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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그후 - 문화접대비 제도 <기업 사례>
문화접대가 '국격'도 높인다.
김상래 (주)성도GL 대표
- 성도GL은 신입사원 환영회를 예술의 전당에서 한다고 해서 찾아왔다. 어떤 회사인가? 1974년 설립됐고, 출판자재를 제조/유통하는 회사다. 우리는 문화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 한다. 신입사원 환영회는 늘 예술의 전당에서 갖고, 전 직원이 한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어 감상문을 공유하고, 휴가를 100% 사용하도록 강요(!)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이직율이 0%이고, 전 임직원 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무 만족도'(5점 만점)에서 모든 항목이 평균 4점 이상이 나왔다.
- 문화로 접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예전의 사업은 고객과의 친밀이 중요했다. 밥먹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이런 것들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이젠 패러다임이 변해 고객에게 얼마나 더 좋은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내가 성도에 부임한 2002년 부터 직원들과 함께 그 방법을 찾았고, 여러 시도 끝에 문화를 매개로 하는 경영이 가장 감동적이고, 생산적이고, 윤리적이라는 걸 알았다.
- 고개사들에게 음식접대를 하지 않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엔 물건 사줬는데 밥도 안 산다고 불평해 영업직원들이 애를 좀 먹었다. 이젠 '성도는 원래 밥 안사는 회사'로 통한다. 비록 밥은 안 사지만 우리가 제안하는 가치/제품/서비스가 확실하다는 걸 고객사들이 이제 이해하게 됐고, 그게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문화접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성도에 오기 전 15년간 시티은행에서 일했다. 오래전부터 문화경영을 해온 회사다. 1980년대 중반 뉴욕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뉴욕에 간 첫날 상사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여줬다. 극장 맨 앞자리에서 안소니 퀸이 튀기는 침을 맞아가며 공연을 관람했는데 그 감동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겠다. 또 '뉴욕 필'이 매년 센트럴파크에서 시민들을 위해 무료공연을 여는데 뉴욕 필을 후원하는 회사가 시티은행이었다. 그때 '기업이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 문화단체도 지원하고 소외계층을 위해서도 노력한다고 들었다. '중소기업 매칭펀드'를 통해 '파주 헤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후원하고 있고, 지난해엔 헤이리 미술관 '공간 퍼플'을 세웠다. 또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급여의 1%를 내고, 회사가 같은 금액을 보태 문화소외지역 청소년을 위해 쓰도록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한다. 직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 고객들의 태도는 바뀌었나? 초기에 대형 뮤지컬의 25만원 짜리 티켓을 사서 고객들에게 보낸적이 있는데 30%가 온다고 하고 오지 않았다. 그런 수준이었다. 돈이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공연을 보는게 문화가 아니고, 초대하면 고마움을 표시하고, 못오면 연락하고 미안해하는게 문화다. 이런 훈련도 함께 해야 한다. 연락 없이 오지 않은 고객은 더 이상 초대하지 않았더니 지금은 100% 온다. 오히려 언제 공연이 있는지 먼저 물어본다. 또 고객사 CEO 부인들이 성도와 계속 거래해 초대받을 수 있게 하라고 압력을 넣는다고 한다.
- 외국 손님들에게도 문화로 접대하나? 예전엔 호텔식당에서 식사대접을 했지만 이젠 간단히 식사하고 난타, 점프 같은 공연장으로 간다. 어떤 좋은 음식을 대접한 것 보다 더 기뻐한다. 해외 파트너 중 일본 후지필름이 있는데 우리가 '중소기업 문화대상'을 받고, 헤이리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것을 알고는 CEO가 사내 메일로 직원들에게 '우리 한국 파트너가 이런 회사'라고 자랑했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한국을 알리는 사진집이나 조수미 같은 우리 음악가의 CD를 선물한다. 어떤 고객은 '내 차에 있는 베스트 음반 1,2,3위는 모두 성도에서 받은거'라고 한다. 이런 접대는 우리의 '국격'도 올리는 일 아닌가.
- 이 제도가 기대만큼 잘 확산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동안 전통과 관행이 그래왔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접대는 문화인데 한두번 이벤트 한다고 문화가 바뀌는 건 아니다. 또 지난 2년간 국내외 경제상황이 안 좋았던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문화접대비 제도가 단기적으로는 빠른 효과를 줬다.
- 제도 확산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꾸준히 홍보하고, 우수한 중소기업 사례를 계속 발굴해 용기를 줘야 한다. 사실 지금의 세액공제는 유명무실하다. 혜택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또 직원들을 위한 문화교육에는 혜택이 없는데 이에 대한 지원도 늘길 바란다. 그게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 문화접대를 망설이는 CEO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문화경영은 매우 의미있는 활동이고, 기업문화를 업그레이드하고, 회사가 지속할 근거를 만들어 준다. 문화경영은 어떤 투자보다 생산적이고, 감동을 공유할 수 있고,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꼭 시도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 문화예술은 창의적인 조직이 되기 위한 필수 경영 어젠다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글 공은주 나라경제 기자 사진 전민규 중앙일보시사미디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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