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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주간 조선 206호 기사 : 메세나 대표 활동기업 - 성도지엘>
2009/07/30 16382

메세나/대표 활동기업 - 성도지엘


거래처 ‘음주접대’ 대신 ‘문화접대’

처음엔 못마땅해하던 고객사들 “우리 회사도 배우자”
사원들 정기 공연관람 애사심 높아지고 이직률 뚝
박세미 기자 runa@chosun.com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삼더정신’입니다. ‘딱 세 가지만 더 하자’는 뜻인데, 더 똑똑하게(Smart+) 더 빠르게(Speedy+) 더 즐겁게(Smile+) 일하자는 거죠. 문화경영은 이 가운데 ‘더 즐겁게 일하자’는 ‘Smile+(스마일 플러스)’ 가치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서울 충무로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인쇄출판 장비•필름 제조유통업체인 ㈜성도지엘 김상래(50) 대표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문화경영은 어느 누구를 위한 게 아니라 결국 고객과 직원, 그리고 지역사회를 모두 만족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경영기법”이라며 “우리가 메세나 활동에 나선 것도 이런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도지엘은 지난 2007년부터 문화예술인 마을인 파주 헤이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예술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다. 한국메세나협회의 ‘중소기업 매칭펀드’ 결연을 통해 ‘파주헤이리 심포니오케스트라’를 2년째 후원하고 있다. 1년에 두 차례씩 진행되는 정기연주회 비용도 모두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엔 수십억 원을 들여 복합문화공간 ‘공간 퍼플’을 건립해 최만린 조각전과 미술전 등 다양한 예술전시회도 개최했다.

성도지엘이 처음부터 이런 예술후원 활동을 벌인 건 아니었다. 1974년에 설립된 성도지엘엔 식사•음주접대를 해야 거래처와 관계를 틀 수 있다는 관행이 뿌리깊게 박혀있었다. 1996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상래 대표가 고민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0여곳에 이르는 거래처와 술자리를 가지며 지쳐가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과연 이게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인가’를 묻게 됐다고 했다.

결국 성도지엘은 과감하게 ‘음주 접대 폐지’를 선언했다. 대신 그 돈으로 문화예술단체를 후원하고 거래처 직원을 초청해 공연 관람을 하는, 일명 ‘문화 접대’를 하겠다고 밝혔다. 처음엔 거래처의 반발도 심했다. “물건을 사줬는데 술 한 번 안 사는 법이 어디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객사도 서서히 성도지엘의 ‘문화 접대’에 감화되기 시작했다. 한 거래처 임원은 “아내가 다른 회사 접대 가는 건 싫어해도, 성도지엘이 하는 접대는 꼭 가라고 성화다”라며 “우리 회사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도지엘의 문화경영은 단순한 예술단체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성도지엘 직원들은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각국의 대표적인 뮤지컬이나 연극을 관람해야 한다. 매월 책 한 권씩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 사원들끼리 공유하기도 하고, 사원 가족들끼리 모여 음악공연과 연극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문화예술’과 ‘경영’이 하나가 되는 회사를 추구하는 셈이다.

매출액 500억원(2008년), 직원 55명의 중소기업이 이처럼 문화예술에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상래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 “메세나 활동을 비롯해 문화경영만큼 기업을 윤리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경영방식은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매출액 증가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짓을 왜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경영 활동을 통해 얻는 사원들의 견고한 소속감과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엔 회사에서 무슨 행사를 해도 참석률이 70%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매 행사마다 모든 사원들이 참석합니다. 6~7년 전 22%에 달하던 이직률도 이젠 1%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성도지엘에 다닌다’는 자부심과 애사심은 사실 중소기업이 얻기 힘든 귀중한 자산 아닙니까.”

실제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숙명여대•한국메세나협회가 실시한 ‘문화경영 효과조사’에서 성도지엘의 구성원들은 다른 기업보다 훨씬 높은 조직 신뢰도와 자긍심을 보였다. 대부분의 회사 조직원들이 5점 만점에 평균 2점 안팎을 기록한 조직 신뢰도•몰입도에서 성도지엘 직원들은 평균 4점 안팎의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이다. 이직 의도를 묻는 항목에서도 성도지엘 직원들은 매우 낮은 이직 성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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