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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영으로 행복한 일터 만드는 ‘성도GL’ 김상래 대표 “문화의 전당 ‘성도GL’을 아십니까?” 1년에 6번 음악회를 여는 회사, 회식 대신 오페라를 보는 회사, 직원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기부하는 회사, 사장이 먼저 휴가를 권하는 회사, 나보다 가족이 더 좋아하는 회사, 이직률이 0%인 회사, 꿈의 기업 ‘성도GL’. 직원의 문화 함양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 기업은 예술 단체를 위한 메세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 I 백진선 사진 I 권용진 자료제공 I 성도GL
디지털 입출력 장비와 솔루션 기술을 개발하는 ‘성도GL’은 직원 60여 명으로, 연 5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상당히 성공한 중소기업이다. 동종 업계에서 말하길,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인원은 최소 100여 명 정도. 성도GL은 1인당 2배에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장이 들들 볶아대는 탓에 밤낮없이 일만 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놀 거 다 놀고, 즐길 거 다 즐긴다는 성도GL 직원들은 말한다. “휴가를 왜 안 가요? 우리는 휴가 안 가면 큰일 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실적을 2배나 올리는 이 회사의 비결은 바로 문화경영에 있다.
이제는 문화 접대로 승부한다 2002년 부친의 뒤를 이어 김상래(52세) 대표가 성도GL을 이끌면서 사내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고질적인 술 접대 문화가 사라졌다. 대신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회나 뮤지컬 공연에 접대할 고객을 초청했다. 이른바 ‘문화 접대’다. 처음엔 저항도 많았다. 수억 원짜리 기계를 사줬는데, 밥 한번 안 사주느냐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김상래 대표는 그것이 올바른 경영 문화라고 생각했고, 그 뚝심은 오늘날 회사와 직원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처음 고객을 문화 공연에 초대했을 때는 결석률이 30%였습니다. 몇백만 원씩 그냥 날렸죠. 물론 각오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하던 고객도 비생산적 음주에서 벗어나 좋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사실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내시더라고요. 얼마 전부터는 고객의 배우자도 함께 초대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합니다. 공연 본 후 남편에게 그런대요. 성도GL하고만 계약하라고. 그래야 이런 공연을 또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웃음).”
1984년 여름, 뉴욕에서 근무하던 시절 김 대표는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무료 공연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뉴욕 시민이 반바지 차림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유롭게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이 김 대표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혔다. 이런 무료 공연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자신이 근무하던 씨티은행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음은 물론이다. “회사를 이끄는 CEO가 되면 제가 젊을 때 받은 그 감동과 행운을 많은 사람에게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원들, 직원 가족들 그리고 고객들 또 문화에 소외된 모든 사람에게 말입니다. 사실 저는 이게 문화경영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그저 우리끼리 즐겁게 일해보자고 시작한 일인데, 많은 분이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문화경영 사례라고 치켜세워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기분도 좋지만, 왠지 상업적으로 비치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성도GL은 그간 문화 예술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05년 기업혁신대상 국무총리상, 2007년 사회책임 부문 중소기업청장 표창, 2009년 중소기업 문화대상을 수상했다. 그저 ‘보여주기’식의 문화경영에 급급했다면,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도, 매출액이 2배로 껑충 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과 고객이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 “출근이 즐거운 회사입니다.” 김상래 대표의 대답은 명쾌했다. 출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김 대표가 직원에게 보이는 관심과 애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직원 생일에 직접 친필 편지를 쓰는 것은 물론, 기념일에는 직원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도 한다. 결혼을 앞둔 여직원이 있으면 시어머니를 회사로 초청해 “당신의 며느리는 참 훌륭한 인재이니 결혼한 후에도 꼭 다시 회사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결혼 후 임신을 하면 당연히 3개월의 출산휴가(원하면 1년까지 가능)가 있고, 보너스로 출산 장려금도 지급한다. 아이 둘을 낳으면 장려금은 2배, 아이 셋을 낳으면 장려금은 3배다.
무엇보다 김상래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직원들이 휴가를 얼마나 잘 썼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사고가 시즌이 되면 김 대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직원이 한 해의 휴가를 다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휴가를 다 쓰지 못했을 경우에는 업무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A등급을 받을 수 없다.
“저는 재충전을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결혼을 앞둔 직원이 1년 치 휴가 4주를 한꺼번에 모아 신청하면서, 유럽 배낭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맡은 직무가 있으니 자리를 비우는 동안 어떻게 일을 진행할 것인가를 팀장과 상의하라고 했죠. 그래서 대체 방안이 있다면 나는 무조건 오케이라고 했어요. 팀원들은 회의를 거쳐 그 친구가 배낭여행을 갈 수 있도록 성심껏 도왔습니다. 덕분에 그 친구는 한 달 동안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회사로 복귀했지요. 출근을 하면서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며 직접 찍은 에펠탑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대표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요. 그 마음이 정말 감동적이지 않습니까?(웃음)”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회사.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시행한 문화경영 효과 조사에서 성도GL은 조직에 대한 직원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회사에서 월급을 올려준다고 해도 절대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직원이 상당히 많았다. 실제로 사내에 문화경영이 자리 잡기 시작한 후, 성도GL의 이직률은 0%에 가깝다. 동종 업계의 평균 이직률은 30%대. 회사를 경영하는 CEO들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성도GL의 경영 방침을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메세나 활동으로 지역사회 발전 기여 문화와 예술이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 성도GL. 그래서 성도GL은 무엇보다 메세나 활동이 활발한 회사다. 2007년부터 한국메세나협의회를 통해 헤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중소기업 매칭 펀드를 맺고 정기적(1년에 2회)으로 연주회를 여는 것은 물론, 2008년에는 아예 헤이리에 문화 공간 ‘퍼플’을 설립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헤이리에서 가장 예쁜 건물이라고 직접 트위터에 소개(직접 건물명을 말하지는 않았다)할 정도로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퍼플은 무료로 입장해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미술 공간이다. 1년에 4회 이곳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형식의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음악회가 열리면 직원은 물론, 고객과 해외 바이어도 함께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도 이렇게 소박하고 즐거운 음악회가 있다는 사실에 외국인들은 상당히 놀라운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퍼플에 상주하는 직원이 있지만 방문 인원이 많은 주말에는 성도GL 직원들이 돌아가며 큐레이터 노릇을 한다. 귀찮을 법도 한데,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김상래 대표는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본인도 종종 시간을 내서 퍼플에 들른다. 참고로 김 대표는 화장실 청소 담당이란다.
워낙 독특한 점이 많은 회사긴 하지만, 성도GL에는 상당히 놀랄 만한 펀드 문화가 있다. 직원이 급여 1%를 내면 회사도 그에 상응하는 1%를 내는 방식의 기부 문화다. 이렇게 모으는 돈은 연간 5000만원 정도. 중소기업의 기부액치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펀드로 조성된 돈은 아름다운 재단에 보내 문화와 예술에 소외된 많은 불우 청소년들의 문화 체험 활동을 위해 쓴다. 무엇보다 이 돈이 의미 있는 이유는 100%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문화 예술 활동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오늘, 성도GL 직원들은 먼저 대표의 마음을 헤아리고 문화 예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사가 되었다. 이것이 성도GL 직원들이 놀고 즐기면서도 2배의 몫을 해내는 결정적 이유다. 게다가 사회 공헌의 보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정말 출근이 기다려질 법도 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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