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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I Report] 예술 지원하니 매출이 쑥쑥…요즘 기업‘문화경영’이 화두
예술적 창의성을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문화경영’이 화제다. 기업이 수억원의 돈을 들여 뮤지컬 제작이나 지역 오케스트라 등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적잖다. 회사 돈을 그저 쏟아붓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문화지원 활동은 사실 회사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이 계기가 돼 해외 고객으로부터 중요한 계약을 따낸 회사도 있고, 문화지원 활동으로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진 회사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이태 전부터 창의·감성으로 문화경영을 펼친 우수기업에 ‘중소기업문화대상’을 주고 있다. 올해 문화부장관상은 자동차 강판 코팅 장치를 생산하는 어레이텍(한동훈 사장)과 인쇄처리 개발 전문기업인 성도지엘(김상래 사장)이 받았다.
두 기업은 지역사회에 문화 보급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경영환경도 좋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문화지원 활동은 최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문화예술 단체를 지원하는 중소기업은 2007년 27개사에서 지난해 41개사로 늘었다.
◆문화·제조 두 토끼 잡을 것=자동차 강판용 코팅 건조기계를 생산하는 한동훈(57) 어레이텍 사장은 명함이 두 개다. RWC라는 뮤지컬 회사 대표이기도한 것. 그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청소년용 뮤지컬 ‘언약의 여정’의 한 달간 공연을 마쳤다. 그는 3년째 이 공연을 해오고 있으나 수익은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한 사장은 “공연은 적자였지만 본업인 사업에서는 문화지원 활동 덕을 봤다”고 말한다. 그의 두 번째 뮤지컬 공연 때인 2007년의 일. 그는 거래처의 외국 바이어 일행을 초청했었다. 당시 함께 공연을 관람한 스위스기업인 에스아이에이치(SIH) 홀딩스의 브라운 슈바일러 회장은 뮤지컬 공연의 평생 후원을 약속했다. 공연을 계기로 한 사장에 호감을 가지게 된 슈바일러 회장은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알루미늄 단조 힐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능성신발 사업의 아시아권 시장도 맡겼다.
한 사장은 “유럽 기업들은 사회책임 경영기업에 후한 점수를 준다”며 “슈바일러 회장이 우리 회사가 청소년을 위한 뮤지컬을 통해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것을 보고 신뢰감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올해부터 유럽지역 수출물량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사장은 연출가 섭외·배우 오디션 등 모든 일을 직접 챙긴다. 지난달 공연 기간 중에는 인천시 남동공단에 있는 공장에 출근했다가 오후 늦은 시간에는 경기도 과천 공연장을 찾곤 했다.
이 뮤지컬 사업은 여러 후원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뮤지컬을 제작한 이유에 대해 한 사장은 “독일에 근무하면서 중·고생들의 심각한 탈선행위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20년 가까이 대기업의 독일 주재원으로 근무했었다. 그곳에서 기술구매 담당 일을 하던 그는 원적외선을 이용한 자동차 강판의 코팅 건조 설비장치 기술을 얻고 국내에 회사를 설립했다. 이 기술은 기존의 가스를 이용한 코팅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두 배 이상 뛰어나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는 친환경 설비라고 한다. 이 제품은 포스코·동부제강 등에 납품하고 있다.
◆매출은 늘고 이직률 줄어=인쇄처리개발 전문업체인 성도지엘은 매달 임직원들이 월급의 1%를 떼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파주 헤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단을 연간 두 차례 지원하고, 이곳에 복합 문화공간인 ‘퍼플’을 마련해 미술 등 전시회도 열고 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때는 직원들에게 가족과의 문화관람 공연을 지원한다. 이 회사는 이 같은 문화지원 활동을 7년째 하고 있다.
김상래 사장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한 경영요소로 생각하며 이를 실천하는 데 문화가 제격”이라며 “문화경영은 직원들이 더 빠르고 더 똑똑하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이직률이 심한 인쇄업계지만 이 회사는 문화를 접목한 뒤로 이직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매출액도 2002년 230억원에서 지난해 54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회사 정희호 전무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콘서트, 미술전 관람으로 지금은 임직원은 물론 고객사들도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문화활동 지원이 기업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활동이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어 나가는 디딤돌이 된다는 생각이다. 부친의 회사를 물려받은 그는 미국에서 MBA를 받고 씨티은행과 다우케미칼에서 14년간 근무하며 글로벌 경영 마인드를 쌓았다.
이봉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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