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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개인전  허-emptiness
2015/04/08 3267

사물은 空, 自性 없다…이강소 1989~2009
2009-09-04 10:33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서양미술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캔버스에 물감을 입혀 존재감을 준다. 내 생각은 반대다.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존재라는 단어 자체가 멈춰 있기 때문이다.”

이강소(66)에게 사물은 공(空)이며 자성(自性)이 없다. 작품을 정제(精製)하지 않는 이유다. 이강소는 오리를 소재로 한 회화작업으로 폭넓은 애호가 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그의 오리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며 껄껄댄다. 오리는 유위(有爲)의 세계이자 눈에 보이는 물체의 형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자 을(乙) 자를 연상케 한 오리를 화폭 위에 재현할 때는 무심의 과정을 겪는다. 캔버스에 굵은 붓을 올리고 획의 흐름에서 리듬을 탄다. 오리는 붓의 유희의 대상에 불과하다.

오리를 이미지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그리기가 쉬워서…”다. “나중에 리드미컬하게 됐지만 표현적인 그림이 아니어서 차용하기에 적당했다”는 설명이다. 작품에는 오리뿐 아니라 사슴이나 배 등이 모티브로 자주 등장한다. “호랑이나 사자를 그렸다면 표현이 강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에게 이미지나 추상은 의미가 없다. 캔버스를 차지하고 있는 오리나 사슴은 관람객의 상상에 맡긴다. 그렇다고 그들과 일치점을 찾을 생각도 없다. “멍석을 깔아놨으니 마음대로 즐기세요”라는 식이다. “관람객이 감정이입으로 받는 시스템은 아니다. 내 설정을 통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관계를 갖는 구조다.”

작가는 8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 20년 간의 작품 세계를 풀어놓는다. 1989년부터 2009년까지 작품을 시기별로 꾸몄다. 회화와 사진, 세라믹 등 50여점을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 나눠 전시했다.

회색 일색이던 작품에 청록과 노랑 등 유채색을 넣었다. 신작이다. 그러나 “이미 청록색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대학생 때다. “당시 어려서 그랬는지 현실이 상당히 이상적으로 비춰졌다”고 회상한다. “미래도 희망적이고 해서 청록색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현실세계에 부딪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색으로 변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 유채색을 다양하게 활용해볼 작정이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은 세월의 흔적에 초점을 맞췄다.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골목이나 초가들이다. 시선은 모두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작업은 1970년대에 시작했다. 첫 전시 장소는 2003년 니스 아시아미술관이었다. “2005년 뉴욕 화이트박스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관계자들이 회화보다 사진이 낫다고 하더라”며 웃는다.

그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공간은 정겹다. 스쳐지나간 작은 기억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를 찍는다. 그 자리는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쌓아놓은 세라믹 작업도 공개한다. “대충 만든 것”이라며 “그걸 언제 차곡차곡 세우나. 그냥 툭툭 던져 버리면 되지. 작업은 순간적으로 해야 된다. 멈칫거리면 안된다”는 지론이다. 성격 그대로다.

이강소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경상대 교수, 뉴욕주립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1999년 니스 시립미술관과 2006년 프랑스 아시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성가를 높였다. “이제는 외국 나가는 것도 힘들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작업은 언제 하느냐”며 나머지 인생은 작업만 하면서 즐겁게 살 기로 했다.

작가의 작품은 파주 헤이리의 ‘공간 퍼플’에서도 볼 수 있다. 신작을 중심으로 회화작업과 분황사를 주제로 한 설치작업 등 100여점을 4일부터 선보인다. 02-2287-3500

<사진> ‘Untitled-94141’ (130.3×162㎝·1994)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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