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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더 산악회> 2007년 03월 산행 후기 관리자
2007/04/24 14925

-관악산 마당바위

3/24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대한민국 기상 관측이 짖궂게도 '적중'한 날로, 오전부터 부슬~ 부슬~ 보슬비가 내렸다. 그 때문인 지 봄비를 안주삼아 깡소주를 병채 마신듯 한 노숙자들이 사당역 주변에서 제정신을 못차리고 비틀대고 있었다.

다소 기온이 쌀쌀한 속에서 내린 봄비때문이었는 지 5번출구 앞 편의점이 자연스레 3월 삼더산악회의 출발 집결지가 되었다. 편의점 안에서 따뜻한 컵라면과 커피로 몸을 데우는 젊은 회원이 있는가 하면 왜 빨리 출발하지 않느냐는 양 커다란 배낭을 매고 그 위에 전문산악인이 사용할 법한 우비를 입고 밖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나이 많으신(??) 회원도 있었다. 요즘은 냉커피를 노인이, 따뜻한 녹차를 고등학생이 찾는다는 말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9시30분 사당역을 출발하여 주택가를 지나니 비에 젖은 관악산이 성도 산악대원을 따뜻한 눈길로 맞이하고 있었다. 늦가을에 떨어졌을 법한, 비에 젖은 낙엽을 밟고 올라가는데 낙엽 한 장이 가죽도 아닌 천 등산화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일순 1980년대말 버블경제가 터지고 난 후 장기침체기에 접어든 일본사회에서 유행했던 단어가 떠올랐다. '누레오찌바'. 이 단어를 직역하면 "젖은 낙엽"이지만, 이것이 제목이 되어 책으로도 출간될만큼 깊고도 슬픈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제로 성장률로 인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른 일본경제사회에 40대 가장(家長)이 실업자가 되는 비극이 속출(續出)했는데 아내와 자식 입장에서 보면 돈도 못 벌고, 집에만 있는 남자를 한 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비유로 '누레오찌바'라 했다고 한다.

비에 젖어서인 지 여느 때보다 몇 배나 많은 O2를 벗나무와 철쭉이 마구 품어대고 있는 듯했다.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 생존하기도 힘들 것인데 인간사회를 위해서 항상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 주는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고마웠다. 우리 성도&솔루윈이 바위처럼 척박한 경기(景氣)에도 굳건히 뻗어나올 수 있 었던 것도 관악산 나무처럼 서로 의지하며, 도우며 큰 숲을 꿈꾸어 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하마바위를 지날 때의 짜릿함은 기온차로 뿌옇게 뿜어져 나오던 호흡을 잠시 멈추게 했고, 한 두 송이 봉우리를 막 터뜨린 진달래꽃은 심신에 끼여있던 세속(世俗)의 때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632m의 연주대 정상을 10여분 앞두고 마당바위에 도착했을 때, 대원들이 왜그리 배낭을 무겁게 들고 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음식내용이 많았던 2월산행후기때문이었는 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있었을 정도로, 굳이 순위를 정하자면 1위는 황하얀씨와 양빛나씨가 새벽부터 정성스럽게 만든 김밥과 부침개와 참깨밥, 2위는 매년 직원들을 감동시키는 정희호전무의 호두파이, 3위는 정진석대장의 보쌈세트였으리라.

매회 서로 사랑하며 성장해나가는 삼더산악회, 히말라야를 향해 화이팅!!
감사드립니다..
<삼더 산악회> 2007년 02월 산행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