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삼더트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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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時)를 보고나서... | ![]() |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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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9 | ![]() |
16639 |
![]() ![]() 영화 시(時)를 보고나서... 입사 후 처음으로 사외 삼더타임과 함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時)’를 감상하였습니다. 영화관에 가면 예술영화와 오락영화 사이에 딜레마를 겪곤 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시’와 같은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되어 감성적으로 풍만해지고 바쁜 일상에 한가지를 다각도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된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 러닝 타임이 139분이라는 사실을 영화가 끝난 뒤에 알고 놀랐습니다. 보는 내내 시간이 더디게 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서정적이고 서술적 이었습니다. 마치 ‘시(時)’를 읽을 때처럼 차분히 앉아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음미하며 보아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너무 익숙해진 저에겐 영화를 감상할 준비를 하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답답함을 느끼게 한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감독이 언제쯤 “시(時)는 무엇이다” 하고 속 시원히 말하느냐 였습니다. 여 주인공 ‘미자’는 시를 쓰고 싶어 강의도 듣고 시인에게도 물어보며 시상을 얻으려 노력하지만 번번히 만족할 만한 ‘소재’를 찾는 데는 실패하고 맙니다. 시낭송 동호회에서 음담패설을 하는 회원을 비난하며 마치 ‘시는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말하는 미자는 시상을 얻지 못하고 겉돌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에 자신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으며, 손자는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합의금을 준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명랑하고 소녀 같은 성격의 주인공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사건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한심하고 철없는 손자, 자신의 자식밖에 모르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 온상인 학부모들, 권위의식과 지배욕구를 감추지 못하는 강 노인…… 이처럼 주인공 미자는 현실과 이상과의 차이에 괴리를 느끼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던 도중 영화가 끝날 무렵 마치 실타래를 풀어내듯 ‘아네스의 노래’라는 시를 쓰게 됩니다. 영화 감독은 시(時)는 이처럼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을 포장하는 것이 아닌 우리 인생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때로는 힘들고, 어둡고, 통한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현실의 이야기라고 말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깝고,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아네스의 노래’가 그렇게 슬프게 들리던 이유가 아무래도 이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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