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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비즈니스]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효린
2007/12/26 60483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 : 니콜라 게겐
출판사 : 지형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우리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소비행태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비논리’적인 소비자의 행동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비자를 사회심리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이미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다양한 실험 연구와 분석을 통해 많은 학자들이 소비자의 기억, 감정, 감각, 행동 등을 설명해 왔고, 이론을 정립하고 수정해 오고 있다. 소비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또 많은 현상을 설명하는 지표가 된 오늘날, 학계에서만 다루어지던 이론과 연구결과들이 마케팅 실무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소비자로서의 인간을 주제로 한 저서가 많이 출판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대부분 저서들이 소비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흥미 위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심리학과 사회학 분야의 이론과 실험결과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요술가격 9
책은 가격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으로 시작된다. 10달러와 9.99달러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과 판매량의 차이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되어 왔다. 또 가격을 30.00달러에서 31.99달러로 올리는 것이 32.00달러로 올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소매점들이 숫자 9로 끝나는 가격을 사용하고 있다. 과연 소비자들은 0.001%보다도 적은 돈을 저축하기 위해서 9.99달러를 선호하는 것일까? 이것은 바로 단수가격(odd pricing)의 효과 때문이다. 즉 대체로 소비자는 9 또는 8로 끝나는 가격을 볼 때 오른쪽에 위치한 숫자들에는 관심을 덜 가지고 가격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200.00과 199.99를 볼 때 이 숫자들은 299와 199로 기억되는 것이다. 1만원대, 10만원대라는 표현으로 19,000원, 199,000원 상품을 광고하는 것도 바로 이 단수가격 효과를 노린 것이다.

무의식의 반응
두 그룹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주제에 관한 정보를 주면서 화면에 집중하게 한 후 한 그룹(잠재의식 그룹)에만 ‘허쉬 초콜릿’이라는 단어가 화면중앙에 1/50초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지게 했다. 이후 10일 동안 학생들의 구매행동을 관찰한 결과, 잠재의식 메시지에 노출된 그룹의 초콜릿바 구매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슷한 실험에서는 중간 중간 ‘마시다’라는 단어를 본 피실험자들이 ‘믿다’가 주어진 그룹 보다 실험 후 음료수에 대해 더 많은 욕구를 보였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하찮아 보이는 요소들도 소비자의 태도나 판단,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서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도 바로 이런 잠재의식 효과를 노린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알지 못하게 수많은 광고를 통해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자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노출의 효과
모르는 사람도 자꾸 보면 좋아진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실험에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얼굴 사진을 더 많이 보여줄수록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단순노출(mere exposure) 효과라 한다. 신문 사이에 따라오는 수많은 광고 전단지, 짜증이 날 정도로 귀찮은 스팸 메시지가 정보 과잉의 상반된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심리학의 실험에서는 같은 정보를 단순히 여러 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전략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출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티징(teasing)효과를 노리는 광고도 많이 사용된다. 저자는 교묘하게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소비자의 호기심과 인내심을 자극하면 결과적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마케팅 팁을 준다.

‘자유’와 ‘희소성’
개인이 어떤 행동을 자발적으로 행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바로 ‘자유’라는 감정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버스표를 사는데 필요한 약간의 돈을 달라고 할 때, ‘돈을 주실지 말지는 당신의 자유입니다’라는 말을 붙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주었을 뿐 아니라 돈의 액수에도 더 관대했다는 실험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유’의 효과는 실제로 많은 광고 메시지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라는 감정을 확인 받을 수 있을 때 더 쉽게 반사작용을 나타낸다.
간단하지만 효과를 높이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희소’와 ‘희귀’이다. 백화점이나 홈쇼핑에서 자주 사용하는 ‘500개 제품 한정판매’ 같은 광고는 소비자에게 예상치 못했던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특정 고객만을 위한 할인’, 또는 ‘이 정보는 기밀사항’이라는 자극이 더해지면 제품 뿐 아니라 정보의 희소성이 함께 작용하여 더 큰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음악이 소비행동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는 최근 10여년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난 결과 중 하나는 장소와 제품에 적합하다면 음악이 나오지 않을 때보다 음악이 있을 때 소비자는 그 장소에 더 오랜 시간 머물고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은 좀 더 품격 있고 섬세한 이미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에 맞춰서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되고 또한 더 고급스럽고 비싼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한편 할인점과 같은 대형매장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시킨다는 결과도 여러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상황에 따라 음악의 장르, 템포, 불륨 등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도 소비자들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친근하고 익숙한 향기
음악과 마찬가지로 후각을 자극하는 특정한 냄새, 향기도 소비자를 움직인다. 냄새 자체가 연상시키는 제품이 있고 그로 인해 구매행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후각효과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모유를 먹고 자란 사람에 비해 분유를 먹고 자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바닐라향이 든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분유에는 특유의 바닐라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알지 못하게 후각이 훈련되었다는 결과였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를 어린 시절부터 확보하면 무의식적인 반복과 훈련의 효과로 평생고객으로 붙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색깔과 조명
음악과 향기에 비해 색깔이 주는 효과는 보다 확실하다. 같은 온도의 음료라도 파란색과 초록색과 같이 차가운 색깔의 잔으로 마시면 노란색이나 붉은색처럼 따뜻한 잔 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컬러광고는 흑백광고에 비해 더 많은 구매를 이끌어낸다. 매장의 조명은 좀더 복합적인 영향을 준다. 밝은 조명은 제품에 대한 정보수집 욕구를 더 강화시키지만, 매장의 종류에 따라 구매금액이나 머무는 시간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와인샵에서는 흐릿한 조명일 때 더 비싼 와인을 구매하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클래식 음악의 효과와 같이 어두운 배경 조명이 품격 있는 와인 구매를 촉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판매원 효과
판매원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도 소비자로 하여금 예상치 못했던 구매를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원하는 할인 중인 상품이 없을 경우, 비슷하지만 좀더 좋아보기고 할인 대상이 아닌 제품을 발견하게 하고 판매원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많은 경우 결국 그 제품을 사기로 결정한다. 크든 적든 노력을 들여 매장까지 왔는데 헛걸음할 수는 없고 게다가 원래 살려던 물건 보다 조금은 비싸지만 가치는 있기 때문에 만족감을 가지고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광고의 노촐과 메시지, 감각적 자극, 판매원의 표정이나 말 한마디에 따라 소비자는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품의 기능과 가격, 가치를 자로 재듯이 파악해서 결정하기 보다는 환경적인 변수, 자신의 감정, 심리 상태에 따라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100가지 소비자심리에 관한 실험 이야기는 소비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연인이나 친구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마케터들은 이런 고전적인 심리학적 이론과 다양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예측할 수 있는 실천적인 마케팅 기법을 고안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소비 트렌드가 사회의 트렌드를 대변하게 되면서 그 원인과 동기를 알고자 하는 니즈를 지닌 다양한 독자층에게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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