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DO NEWS

현재 위치


책읽는 즐거움

[역사] 초한지 김택준
2008/05/02 77233

초한지
저자 : 고우영
출판사 : 자음과모음
결혼까지 한 가장(?)이 무슨 만화책 독후감이냐, 할 수도 있지만, 당당히 이 책을 선택한 계기는 바로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 때문이었다. 군사정권시대에 삭제가 된 원본(7권)을 다시 복구하여(10권) 5년전 쯤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권부터 읽자마자 완전히 빠져들었다. 구수한 그림체와 그 속에 스며있는 기지와 해학은 물론이거니와, 동서고금을 두루 섭렵하는 박식함에 탄복할 지경이다. 당시, 이문열의 삼국지 역시, 읽어 보았지만, 고우영의 삼국지는 거의 동대동, 혹은 그 이상급으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삼국지와 수호지는 원전을 읽을 때와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고우영 화백의 재해석이 워낙 즐거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열국지는 생소한 나라들이 일어나고 무너지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서 약간 정신이 혼미했던 것이 사실이였다. 열국지의 마지막에 진나라가 건국되고 그에 이어 초한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초한지에는 확실히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다.

시중에 많은 초한지들이 새롭게 해석되고 여러가지 미디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읽혀지고는 있지만, 초한지가 보여주는 시대적 배경과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누구누구의 초한지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초한지 자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초한지의 드라마적인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고우영의 초한지는 다르다. 초한지의 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우영의 작품 스타일이 가지는 매력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다른 초한지를 통해서는 절대로 맛보기 힘든 고우영만의 초한지의 매력이 가득 담겨 있다.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그만의 색다른 재해석, 신랄하면서도 익살기 가득한 풍자,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과 상상력,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의 유기적인 연결 관계성을 통한 풍부한 드라마적 구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사면초가, 권토중래 등 4자성어에서 유래된 역사적 사실 등 초한지 특유의 재미가 듬뿍 담겨져 있다.

다만 여기서는 고우영식 해석이 좀 과한 것이 있는것이, 유방의 호걸적인 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거의 개그 캐릭터이며(일명 쪼다라고 하는-이것은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에 유비현덕와도 거의 흡사하다), 항우는 과격하고 감정에 치우쳐 항상 한신에게 무력하게 당하는 모습만 나온다.
최고 군사라는 범증 역시 항상 항우를 설득, 협상하는 데에 실패하여 능력없는 사람으로까지 비춰지기도 한다.
초반부에서 보여준 진시황제 중심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장량의 눈, 한신의 눈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조금씩 항우와 유방이라는 두영웅을 중심으로 압축된다. 동시에 한신과 같은 독특한 위치에 있는 캐릭터의 비중을 높인다. 항우와 유방이라는 두명의 영웅 못지 않은 아니 어떤 면에서는 고우영의 초한지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한신의 이야기를 위치시킴으로써 재미를 배가시킨다. 분산되지 않고 중심으로 모이면서 보다 이야기의 매력과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때문에 영웅의 모습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비장미, 압도적인 힘이 역사적 무대 위에서 더욱 강하게 표현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삼국지를 다시 읽어 볼려고 한다.
정말,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기에, 초한지만이 아니라 고우영 옹의 모든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설득의 달인
이기는 리더가 되는 17가지 액션! (리더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