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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출판사 :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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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결혼에 대한 무언가 환상이 있었다. 그 나이또래에 흔히 갖는 달콤한 환상. 그래서 일찍 결혼해야지 라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서 그런지 남자로서는 사회 평균보다는 좀 이르게, 27살에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지 만 3년이 조금 안되었다. 아이가 없으니 신혼이라면 신혼이랄 수 있는 부부.
결혼 초기에- 지금도 초기긴 하지만 - 이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결혼한 삶이란 건 도대체 어떤 것일까. 어릴적 갖고 있던 환상은 나이를 먹고 연애를 하면서 많이 줄어서 - 거의 없어졌다 -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환상이 가지고 큰 자리는 궁금증과 약간의 두려움이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결혼 후의 삶은 내 생각과는 달리 평범하고, 크게 바뀌는 것 없이 자잘한 굴곡들을 거치면서 평화롭게 살아왔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조금 슬프고, 대체로 평화롭지만 불행하다." 책에 나온 구절인데 이 말 그대로다.
평균에 비해 일찍 했다면 일찍 한 결혼이기에 친구나 형, 동생들이 간혹 물어올때가 있다. "결혼하니 어때?" 그런 질문에 나는 항상 이 책에서 본 글을 인용해서 대답해줬다. 꿀처럼 행복하지도 않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우울하지도 않다. 결혼전과는 다른 생활이지만 비슷하다. 평범하고 비슷하다. 다만 나는 조금 더 좋아진 쪽이다 라고.
다만 혼자의 생활과는 다른 평범함이다. 갑작스레 다른 행성에 내쳐져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느낌. 혼자 생활하다 갑자기 큰 영향을 끼치게 된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해야 하는 것 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해와 노력, 배려, 존중들이 필요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서는 일이 좀처럼 없기에,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일을 한다. 한 우리에서 사는 두 마리 동물처럼, 더구나 서로의 생활 패턴을 속으로는 우습게 여기면서 겉으로는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간섭하지 않는다." 역시 책에서 나오는 구절중 하나다. 이 말처럼 시간이 흐르며 점점 익숙해지고, 그 사이에는 이해든 오해든 많은 것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 힘들었던 시절은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서 안정적인 패턴으로 들어섰다. - 여전히 미묘하지만 -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이책에서 가장 와 닿는 부분인데, 책 표지에도 써 있다. 출판사도 이 글귀를 가장 마음에 들어해서 표지로 올렸으리라.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 내 배우자가 그때까지 혼자 쌓아올린 그 풍경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둘이 함께 새로운 풍경을 쌓아가는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과정에 대해 자신의 느꼈던 신혼의 감정을 차분하게 잘 녹여내었다고 생각한다. 역자 김난주의 말대로 읽으면 읽을수록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작품이다.
읽은 뒤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우리의 주말은 몇 개인건가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