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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문화/예술] 나는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그린다. -파블로 피카소 하정미
2008/08/26 197043

예술에 관한 피카소의 명상
저자 : 다니엘 킬
출판사 : 사계절
예술에 대해 문외한인 누구라도 알고 있을 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

이 책은 피카소가 그의 작업과 그에게 영향을 미친 화가들, 또한 그가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단상들은 묶어 놓은 책이다.
피카소의 일대기나 그를 대표할만한 작품의 설명을 기대하고 이 책을 접한다면 적지 않은 실망이 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그가 예술인으로 살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생각의 조각들을 쏟아내고 있는 생각 무더기와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깊은 항아리 속에 손을 넣어 무엇이 잡힐까를 기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과 다름 아니며, 이 책을 통해 부분으로나마 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예술을 향한 자유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때로는 삶에 대한 그의 진솔한 고백일 수도 있고, 때로는 거센 사고의 풍랑 속에 표류하는 그의 번민들일 수도 있다. 읽는 내내 미술사적으로 그가 갖는 위대함이 보태어져 그의 단상들이 가슴 속에 콕콕 묻어졌다.
이 책의 역자는 피카소가 미술의 천재일 뿐 아니라 말의 천재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그의 테크니컬한 말주변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가슴 속의 진실을 말로 숨김 없이 열어 보이는 대담하고 초월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피카소의 작품을 안다고 피카소의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 없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피카소는 미술사조 중 입체파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가 지니고 있는 천재성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여지는 예술가의 즉흥적이고 사이코틱한 기질의 결과물로서 설명되지 못한다. 그는 여러 각도에서 보이는 다관점의 시각을 하나의 화면 안에 완벽하게 표현한 놀라우리만치 분석적이고 정확한 눈썰미를 가진 예술가였다. 그것은 흰 캔버스 위에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자유혼의 의미라기보다는 그 시대를 풍미했던 시각적 리얼리티를 인식적 리얼리티로 바꾼 창조적인 사고의 혁신가, 사고의 혁명가라는 의식적 범주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 책은 피카소에 대한 분석을 목적으로 한 책도 아니며, 그에 대한 현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책도 아니다. 단지 그가 여기저기서 친구들과 나눈 잡담들에 더욱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피카소의 말은 더욱 자연스럽고 위트가 넘치며 대담하고 솔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때로는 우연히 터져 나온 생각의 단상들일 수 있고 때로는 후대의 수많은 예술가들을 위한 선배로서의 격언이 되기도 한다. 그는 그에게 영향을 미친 수많은 화가들을 언급하면서도 때로는 거침없는 폄하를, 때로는 놀라울 정도의 존경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는 “ 숨쉬듯이 그린다.” 그리고 “나는 자연처럼 작업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예술가와 작품 간의 일체감을 뜻한다. 이를 통해 그는 ‘끊임없는 대담한 열정’을 작품에 표현할 수 있었다.

이 한권의 책을 통해 피카소의 작품이 아닌 그의 예술적 태도를 감상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가을맞이 준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억력은 기술이다.
거룩한 삶의 은밀한 대적:자기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