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난이대
저자 : 하근찬
출판사 : 일신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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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대독자인 자신의 아들 진수가 한국전쟁에 나가 돌아오는 날이 오늘이다. 진수를 마중 나가기 위해 일찍이 집을 나선다. 버스정류장에 가는 길에 진수가 좋아할 고등어 2마리를 사고, 일찌감치 올라간다. 하지만 가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진수가 병원에 퇴원한다기에 그런 걸까? 마중 나가는 내내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생각해 버린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주머니의 끼워져있는 비어있는 소매가 보인다. 만도는 잠시회상에 빠진다. 6.25전쟁 때일제 징용에 끌려 나가 비행장 건설 중에 공습에 자신의 팔 한쪽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쪽 팔이 비어버린 소매는 전쟁 중 받은 지울 수 없는 가슴의 상처가 되어 남아있다. 만도는 비어 있는 채 주머니에 꽂아 있는 팔을 보며, 얼른 진수가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버스가 도착했다. 진수가 보이지 않는다. 버스 이곳저곳을 살피는 그때. ‘아버지’하고 부르는 진수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가라앉는다. 진수는 한쪽다리를 잃은 채 목발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었다. 가슴속깊이 끓어오는 분노로 아픈 진수를 외면한 채 걷기 시작한다. 주막에 도착하고. . 이제야 마음이 풀렸는지 진수에게 어떻게 된 사정인지 물어본다. 한국전쟁에서 수류탄을 맞아 다리 한쪽을 잃게 되었다는 진수의 말에 만도는 가슴이 절인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 가냐고 한탄하는 진수를 보며 아들을 위로한다. 외나무다리에 이르렀다. 한쪽 다리 밖에 쓸 수 없는 진수는 가지도 못하고 있을 때 아버지 만도가 진수에게 자신의 등에 엎히 라고 한다. 진수는 머뭇거리다 지팡이와 고등어를 들고 업힌다. 만도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아들을 엎고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용머리재가 이 부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버지 만도는 참 가슴이 아팠겠다 는 생각이 든다. 자신도 전쟁에 나가 다리를 잃은 채 살아와 그 한이 가슴속 깊이 묻어 있는데, 자신의 아들만은 자신처럼 살아가기를 원치 않으셨을 텐데, 전쟁터라는 무서운 곳에 나가 자신처럼 몸의 일부를 나라에 바쳤기에 가슴이 절이고 아플 것이다. 어찌 안 그럴까? 자신만으로도 족한 삶은 똑같이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 자신의 길을 따라서 걷고 있지 않는가?? 난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건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다. 전쟁을 직접 겪어 보지도 못했고, 너무나도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당시 만도나 진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생각만으로도 무섭고 아찔하다 내 몸에 일부가 순간으로 떨어져 나간다라,, 그 한 곳이 모자란 모습으로 남은 일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 . . 그 자체가 무섭고 힘든 삶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생각만으로 무서운 전쟁이야기들이 많은 한국문학사 책을 싫어하는 이유일 것 같다. 하지만 읽지 말걸, 이라는 생각보다 가슴깊이 교훈하나가 꽉 들어 박는 거 같다. 이 부자는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마음속부터 서로가 채워주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몸이 하나 모자란다는 건 그만큼 힘든 삶이고 평생 가슴아파하며 살아야 할 텐데 이 부자는 아무 말 없이 서로가 서로의 모자란 일부가 되어주고 있지 않은가 ? 아들이 돌아온다는 그 사실조차 하늘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을 텐데 기쁨에 가득 차 있던 만수가 한쪽 다리를 잃은 진수의 모습을 보고 느꼈을 절망감, 자신도 일부가 없는 아픔도 괴로운 일인데 진수마저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큰 그늘아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있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서로의 부족함을 수난을 꿋꿋이 가족이란 큰 그늘에서 이겨내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된다. 난 내 몸의 일부를 잃은 채 살지는 못한다. 그만큼 힘들고 가슴 아픈 삶을 선택하는 건 싫다. 하지만 자신의 몸의 일부를 기꺼이 나라를 위해 내놓은 이 부자의 모습에 ‘난 너무 이기적이야,, 단지 무섭다는 이유만으로 내 몸에 일부를 나라를 위해 바치는 그 상상조차 싫어하는 난 너무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어 . . 만도와 진수도 자신의 몸의 일부를 나라에 바쳤지만,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고 모자람을 채워주고 있잖아. 근데 난 너무 이기적이야’ 라는 반성을 하게 했다. 난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전쟁터의 상처를 꿋꿋이 이겨 내가며 살아가고 있는 두 부자의 모습을 내가 배워야 할 것 같다. 두 부자의 모습으로 그 당시 조상님들이 전쟁으로 인해 어떤 슬픔을 가지고 어떤 아픔을 가진 채 살아왔는지 한층 더 알 수 있었다. 많이는 알 수는 없다. 조상님들의 슬픔을 아픔을 다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조상님들의 그 아픔, 슬픔을 이겨내려는 그 모습에 감동했다. 그 아픔 슬픔으로 인해 아파하고 힘들기 보단 가족이란 큰 그늘아래서 그 슬픔과 아픔을 치유하고, 서로가 서로를 채워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는 내 아픔과 슬픔을 나 스스로 이기지 못해 아파하기 보다는 그 아픔과 슬픔을 꿋꿋이 이겨나가려는 자세를 배워야 겠다. 또한 가족의 아픔이 내 슬픔이 아니라고 해서, ‘상관없어’ 가 아닌 내가 가족의 큰 그늘이 되어 그 아픔과 슬픔을 같이 이겨내고, 서로의 빈 부분을 채워 나가는 가족의 모습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속 깊이 새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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