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후르츠캔디
저자 : 이근미
출판사 :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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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표지의 알록달록 칼라풀한 색상에 후르츠 캔디가 합쳐져 무지개빛 환상을 꿈꾸게 한다. 달달해 입안 가득 고인 침을 꼴깍 삼켜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다. 높은 학벌과 스펙을 따지는 곳, 낙하산, 광고공주, 명품A급짝퉁등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쉬 상상되지 않는 세계가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어딘지 나랑은 너무나 동떨어지게 느껴져 조금은 쓸쓸하다. 하지만 무작정 사랑을 쫓지 않고 '내 일, 내 길'을 선택한 결말은 너무나 맘에 든다. 견고한 벽이었던 자이언트 기획. 지방캠퍼스 광고동아리 일원이 굴지의 광고대행사를 넘보는 일은 버스만 타도 멀미나는 사람이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는데, 못먹는 생크림이나 찔러보자는 심보로 자이언트 기획에 지원했는데 운좋게 덜컥 합격한 조안나. 면접관 앞에서 춤을 추며 되고송을 부르는 조안나의 모습이 상상이 되 너무 재밌었다.
조전무와 비슷한 이름, 같은 항렬이라는 이유로 친하게 다가오는 상사, 파격적인 인사, 짝퉁이지만 세련된 옷차림 등등으로 회장님 라인이네 조전무 사촌이네 하나둘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광고랑 끼워서 들어오는 '광고공주'가 된다.
실력으로 합격했다고 해명하고 싶어 서울시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값비싼 융숭한 대접을 하지만 예전 광고공주였던 '조리나'가 써먹었던 수법으로 통해 변명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실력을 평가 받지 못한채 빙빙 겉돌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가 입사하기 전 회사를 그만 둔 회장의 친딸 조리나와 열애했던 회사 선배이자 킹카인 나빈우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조리나의 귀국으로 사랑은 저멀리 떠나고 그녀는 씁쓸한 기분만 느끼게 되는데 설상가상 그녀가 광고공주가 아니란 사실이 밝혀지고마는데 . . .
대기업 이야기도 광고 이야기도 나에겐 소설속 이야기로만 생각되는 메뉴들이다.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드라마속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 하지만 사랑엔 관심이 많다. 내 얘기 같고, 내가 나에게 해줘야 할 것 같은 충고 같은 맘에 쏙 드는 글귀를 발견했다.
"그래도 너는 살 만한가보다. 남자 때문에 복잡할 마음이 남아있는 거보면. 난 지금 내 남자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날로 안녕할거야.
골치 아픈 건 사랑이 아니니까.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게 사랑인데, 구멍 난 마음 땜질하느라 에너지를 그러모아야 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
사랑하며 살아야지. 사랑에 매여 살면 안 되잖아." [P.254]
"문제는 나야.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되는데 자존심에 그게 안 되네.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거든. 내 나이를 인정하고, 내 형편 따져보고, 나도 한수 접는 거 말야.
근데 내 나이는 생각지도 않고 백마 탄 왕자 기다리던 스물일곱에 머물러 있으니. 이제 고집 버리는 연습을 시작하려고 해.
나 혼자 늙어간들 누가 알아주겠니." [P.259]
나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What No! How Wow!
환경, 배경, 스펙(결국은 다 같은 말이지만 ㅎㅎ)이 틀려도 나를 만드는 것은 내 자신. 누구나 나를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오늘도 앞만 보고 열심히 뛰어다닐 우리 스스로에게 힘찬 박수 갈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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