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전시장 가는 날
저자 : 박영택
출판사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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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잡아도 천개는 족히 넘을 듯한 수많은 갤러리들에는 그 수의 몇 배나 되는 또 수많은 미술작품들이 걸려 있다. 한해에 평균 5000번 이상의 전시회들이 개최된다고 하니 미술품의 풍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지금의 경제 불황기에 지난 몇 년간의 호황이 무색할 지경이지만 지금도 인사동이며 삼청동 그리도 헤이리에는 여전히 미술작품들이 넘쳐 나고 있다.
미술전시장 가는 날. 경기대학교 박영택 교수의 유쾌한 전시장 기행을 엮은 책이다. 제목에서 상쾌함과 발랄함이 묻어난다. 저자는 새로운 미술작품을 만난다는 설레임과 사이사이마다 경험되는 저자만의 특유의 섬세함을 이 책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오래전 붓과 종이를 매만지던 미술학도의 시절부터 작가론과 예술론을 탐닉하며 미술이론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할 즈음까지 운동화 뒤축이 닳도록 갤러리 문지방을 그렇게 돌아 다녔던 것 같다. 일주일의 2-3일을 평균 6시간이 넘도록 발품과 머리품을 팔아 그렇게 전시장을 누비고 다녔던 그때의 열정과 체력이(!) 벌써 아련하기만 하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친절하게도 저자가 직접 그려넣은 인사동 삼청동, 그리고 광화문길의 약도들이 지난 미술전시장의 추억들을 더욱 깊이 새겨 주는 듯 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주 들르던 갤러리의 간략한 소개와 느낌, 이 때 보았던 인상 깊었던 전시들 그리고 함께 나누었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내용들이다. 읽는 내내 이 책의 저자에게 그동안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했던 나의 게으름에 순간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손끝과 입술 끝이 파르르 떨리도록 작품을 대하는 진실된 가슴을 강조하셨던 저자의 격양된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모든 오감을 열어 놓고 미술작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것을 가슴에 새기고 기억하는 일. 그리고 그 기억들을 선명하게 추억으로 새겨 넣어 조심스레 꺼내보는 일. 그것이 큐레이터인 내가 얻고 있는 지금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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