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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저자 : 조정래
출판사 :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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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애국심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는 단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단어를 적절한곳에 사용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리고 그 단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 또한, 사용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다. 어렵지만 그 단어는 적절한 곳에 놓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뜻의 힘을 십분 발휘해, 우리들 내면에 있는 애국심을 꿈틀거리게 하고,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아리랑’ 이란 소설의 제목은 너무나 적절한 단어사용의 한 실 예가 되지 않나 싶다.
‘아리랑’은 한일합방부터 8.15해방까지를 다룬 대하역사소설이다. 장장 12권을 4부로 나누어 일제시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감정을 자극한다.
작가 조정래는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이라는 대하소설을 수십 년 동안 완성했다. 뒤 이어 지는 민족의 이야기들이 ‘태백산맥’에 서술되어있고, 그 뒤로는 ‘한강’에 기록되어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이해해야 할 단어가 ‘태백산맥’ 과 ‘한강’, 두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부의 부제인 ‘아! 한반도’는 부제의 감탄 사 만큼이나 탄식이 절로 나올 일본인들의 유입과 그 폐해를 다룬다. 하와이에 팔려가는 조선 장정들, 갈수록 많아지는 친일파들, 그리고 그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지만 결국 점점 어려워지는 김제의 상황을 소개한다. 작가는 직접적으로 친일파를 욕하지 않는다. 인물들을 통해 친일파를 욕하고, 역시 인물들을 통해 농민들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독자가 자기생각에 맞춰 상황을 느낄 수 있게 하되, 작가가 독자의 감정을 철저히 제어할 수 있는 문장력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갈수록 일본인의 폐해는 커져 우리 농민들은 2부의 부제인 ‘민족혼’을 드러내게 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2부는 민족혼을 발휘해 일본과, 또 친일파와 대항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1부에서 내가 느낀 감정이 연민과 증오라면, 2부에서는 긴장감과 분노, 부끄러움 일 것이다. 다양한 독립투쟁의 전개와 실패, 실패를 딛고 또 일어서 싸우는 강인함에서 끝없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불꽃같은 의지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비례해, 이야기도 점점 어두워진다. 그를 암시하듯 3부의 부제는 ‘어둠의 산하’ 이다. 3부는 2부 내용의 확장 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므로 느낀 감정도 비슷하다. 단지 분노라는 감정이 더 강해졌을 뿐이다. 일본군의 농민, 독립군 학살은 끝없이 잔인하게 이어지고, 작가는 그 잔인함을 강한 단어로 묘사하여 내 분노를 더욱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 점점 치밀어 오르는 가운데 폭발하게 된 부분은 바로 ‘관동대학살’ 부분이다.
그러나 독립군들은 농민의 피땀을 먹고 활동한 만큼, 쉽게 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 의지가 바로 4부의 부제 ‘동트는 광야’를 이룬, ‘한반도의 민족혼으로 어둠을 걸러낸 주인공’이었다. 참혹하게 일본군에게 무너지지만 끝까지 결사 항전을 하는 독립군들은 내게 모두가 홍범도 장군이었고, 최익현 선생이었다. 결사 항전을 하는 독립군이 있는 가운데, 일본은 러시아의 선전포고를 받게 된다. 곧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하고 총알받이로 조선인을 사용한다. 하지만 곧 일본은 패색이 짙어지고 조선은 해방을 맞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중국인들이 조선인들을 몰아내기위해 몰려오고 싸움을 벌이는 점에선 아직 민족 고난이 끝난 게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태백산맥과 한강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리랑은 막연하게 읽기 싫어하는 상태가 몇년 정도 지속된 것 같다. 하지만 큰 맘을 먹고 읽기 시작한 아리랑은 다른 두 편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 주었다. 또한 내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의지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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