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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열한 갈래의 길 하정미
2015/03/04 50055

감히 아름다움
저자 : 최재천 엮음
출판사 : 이음

‘감히 아름다움’이라는 책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11명의 명사-이건용, 홍승수, 안상수, 김병종, 김혜순, 김현자, 장두수, 전중환, 민현식, 최창조, 배병우-가 참여하여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한 책으로, 단지 아름다움의 정의나 본질을 다루고자 하는 미학적 관점이 아닌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바라본 아시아의 미, 즉 우리의 눈으로 느낀 아름다움의 세계, 그리고 지금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있어서의 아름다움의 의미를 살펴보는, 아름다움을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시각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도서라 할 수 있다. 한편 한편이 각자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자유롭게 기술한 에세이의 느낌이지만, 구절마다 머리와 가슴을 두드리는 감동이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우선 이 책을 엮은 최재천 교수는 지금까지의 미에 대해 논의된 여러 관점들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그는 ‘미’라는 것은 하나의 물리적인 대상이기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도 같은 소급적인 것이 아닌 시대와 사회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존재하고 발견되어져 왔던 그래서 아름다‘움’이라고 감히 명사화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감히’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 교수는 아름다움의 관점을 5가지로 보여주고 있다. 첫째. 아름다움이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있는 하나의 미적 경험이라는 것과 둘째, 그것은 지극히 일상생활의 경험으로 천착되는 확대된 의미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셋째, 우리만의 미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 (최교수는 이를 동아시아적 관점이라고 표현했으며, 동아시아적 관점에서의 아름다움을 선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美와 선善의 한자에 양羊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아름다움과 선함과 양, 즉 미와 선을 풍요와 풍성함의 의미로 바라본다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넷째, 아름다움은 하나의 감각으로 완성되어지는 것이 아닌 오감(모든 감각)의 재통합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과 다섯째,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봤을 때 아름다움은 감각의 문제만이 아닌 궁극적인 목적인 아름다운 삶을 향한 하나의 여정과도 같은 것이며,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생의 주기에 따라 아름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는 지극히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이 아름다움에 대한 스토리 11개 중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유명한 사진작가인 배병우 교수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11명의 명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된 질문은 이것이었다.
“내 인생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배병우 작가의 첫 고백은 이것이었다.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하라니...나에게는 적지 않은 고문이다.”라고 말이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있는 그대로를 담을 수 있는 사진 매체를 통해서도 그가 느끼고 나타내고자 한 모든 것들을 담지 못할 것인데, 글이라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사진이야 말로 어느 한 순간을 통해 영속의 감흥을 이어가는 지극히 함축적이고 응축적인 표현매체이며, 사진으로 시를 짓는 “photo poet”이라는 표현을 자신을 소개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시를 짓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아름다움이 어느 한 순간이나 때, 또는 어떠한 공간이나 풍경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알아가는 어떠한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며,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의 시를 짓기 위해 수많은 의미들을 곱씹고 고민해야 하듯. 그는 자연을 수없이 보고 느끼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시를 짓고 있었다.
소나무 작가로도 유명한 배병우 작가의 사진은, 하나의 사진이라기보다는 필름 속에서 빛으로 빚어낸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일전에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을 당시 수요일 야간개장 시간에 전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의 감동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관람 후 전시장 입구에서 바라보았던 덕수궁의 야경과 소나무들과의 어우러짐의 장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 잠시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랄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눈에 그리고 가슴에 담아내었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자연과 사람의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것, 그래서 한 편의 시를 짓는 것 같이 곱씹게 되는 것 그리고 충만히 누리게 되는 것, 이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명사의 글마다 공통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의미는 홀로 존재하는 하나의 물리적 대상이 아닌 관계를 통해 맺어지는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의미의 그 무엇으로 다가왔다. 나의 경험과 생각과 감각과 하나의 대상이 그 찰나를 만나 아름다움으로 변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 끊임없이 관계하고 반응하며, 오감이 집중되었다가 해체되고 또다시 응축되는 과정들 속에서 수만 번 오가는 감정의 교감이 바로 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사람 사는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관계는 끊임없이 교감하고 서로를 발견하며 집중하면서도 때로는 유연한 그래서 또 새로운.
어떻게 보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 아름다움은 그리 멀리 있지도 않으며, 어떠한 대상을 통해서도 그리고 가까운 누군가를 통해서도 늘 함께할 수 있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오늘 하루, 나에게 질문해 본다.
“내 인생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아니, 지금 당신이 느끼고 있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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