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군 이야기
저자 : 시오노 나나미
출판사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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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전권 읽으면서 참 구체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내용과 역사속에 있는 장소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직접 발로 돌아다닌 그녀의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사를 얘기하는 거라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감칠 맛나게 글을 잘 쓸까하고 신기해 하면서도 그녀의 팬이기도 하다.
최근에 읽은 로마멸망이후의 지중해 세계이후 고령의 나이임을 감안 후속의 책은 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십자군이야기로 다시 나타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비판적으로 보면 약간 제국주의 중심의 사고가 많은 반면 사람을 그 글속에 빠지게 하는 글솜씨가 있고 독특한 시각으로 자기 주관을 풀어내며 명쾌하게 기존 사고를 반전시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한마디로 신을 볼모로 인간의 욕망과 의지의 드라마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에서도 적용될 수 있지않을까?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는 한마디는 고객이 그것을 바라신다고 하면 현대적 의미로 와 닿지 않을까 생각했다.
읽은 내용중에 몇개의 문장이 흥미가 있었고 지금 이 시대에 살면서 적용되는 부분있어서 적어 보았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Latin for "God wills it -여자란 결혼상대를 고를 때는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있고 신뢰할 수도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도 미워할 수 없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모험에 나서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십자군은 프랑스 유력한 수도원이던 클뤼니 수도원이 불이 붙이면서 시작된, 말하자면 종교가 주도한 '사회개혁운동'이었다. 그것이 근사한 결실을 맺을수록 클뤼니 수도원이 옳았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로마 교황의 자리에 그곳 출신자가 오르는 것이 당연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로마 교황의 권위와 권력의 증강으로 이어지므로, 가톨릭교회와 십자군은 그후에도 점점 더 운명공동체 관계를 강화해나가게 된다
-이렇게 그리스도 전사들은 그리스도식으로 말하자면 '속죄', 동양에서 말하는 '목욕재계', 내가 보기에는 '집단 세뇌'를 마쳤다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 인간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나 철학이나 윤리를 통해 교정하려 노력하는 것인데, 아직도 그 성과는 신통치 않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후세의 많은 역사가들은, 예루살렘을 해방한 후 유럽으로 돌아간 장수들을 영토 욕심이 없고 신앙심으로만 뭉친 기사들이었다고 칭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책임감이 많고 적음의 차이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신앙만으로는 신앙조차 지킬 수 없는 것이 인간세상의 현실이니까
-트리폴리는 설탕 산지로 유명한데, 십자군 시대에 이 땅에서 생산되는 설탕이 서유럽으로 전해졌다. 유럽인의 단맛이 고대 로마 시대의 벌꿀에서 설탕으로 바뀐 것도 십자군 원정의 영향 중 하나다
-이슬람측이 이 시기에 열세였던 것은 단지 궁극적인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자신들은 홈에서 싸우면서도, 어웨이에서 싸우는 불리함을 안고 있던 십자군에게 성공을 허락했던 것이다
-황제도 왕도 참전하지 않은 제1차 십자군의 주역들은 유럽 각지에 영지를 가진 제후들이었다. 그들은 때때로, 아니 자주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분열을 반복했지만, 최종 목표 앞에서는 언제나 단결했다. 이점이 이기적이고 분열을 반복했다는 점에는 마찬가지였던 이슬람측 영주들과의 차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1차 십자군이 성공한 주된 요인이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십자군전쟁 당시의 인물들을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욕망과 이상을 가진 인물로 그려낸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는 욕망과 신념, 빛과 어둠의 실로 짜낸 인간 드라마이다. 이것이 시오노 나나미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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