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 마이클 센델
출판사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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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누군가 한번은 도덕적 혹은 선택의 딜레마(Dilemma)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원하지도 않은 호의를 받고 대가를 원해 곤란한 경우 -성폭력을 당한 딸을 둔 아버지가 피의자에게 복수 하는 경우 -공무원 시험과 가산점제 -부자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여야 하는가? 등 상기 경우는 평가의 기준이 어떻든 간에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평가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지만, 100% 이해하기에는 힘들다. 바로 평가의 기준이 사람들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피해를 입은 가정을 측은히 여길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국가유공자에게 시험에서 호혜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7천여 명의 학부생 밖에 없는 하버드에 1천여 명 이상이 수강한다는 마이클 센델 교수 ‘Justice’ 강의는 바로 실생활의 도덕적 문제점들을 예로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현대의 존 롤스까지 정치 철학자들의 사상을 근거로 하거나 비평의 대상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하버드의 가장 영향력 있는 수업 중 하나이자 그만큼 학생들이 선택하는 수업이다. 교수와 학생간의 핑퐁식 문답식 수업으로 20년간 하버드에서 최고의 명 강의로 손꼽혔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20년간의 강의를 주제별로 묶어 정리한 책으로 한장 한장 읽을 때마다 마치 강의에 직접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며 ‘나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를 생각하느라 여름 내내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세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리주의(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자유주의 관점, 그리고 미덕의 관점. 사례가 소개 될 때마다 각 관점 별로 따져보지만 저자는 ‘미덕’을 제일 중시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기대했다면 이 책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미덕’의 관점을 중시하는 저자이지만 사례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강의를 듣고 있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가 여러 정치 철학가들의 사상을 기초로 따져보고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독자에게 어떠한 해답을 주기 보다는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논제에 대해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를 바란다’고 했다. 더운 여름 밤, 나만의 토론장에서 더위를 잊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Thoughts...
얼마전 TV에서 한국 영화 '작전'을 보았다. 극중 한 인물이 업소 도우미에게 얼음통에 양주를 가득 부으며 다 마시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꺼냈다. 그러자 도우미는 힘든듯한 표정으로 마시기 시작하였다. 중간에 멈추자 다른 일행이 100만원을 더 꺼냈다. 주인공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보는 나도 왠지 모를 부아가 치밀러 올랐다. 100만원을 제안한 남자가 난 전혀 강요하지 않았고 도우미 여자가 선택한 것 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마 그 남자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전혀 그런식으로 변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 도우미 여자가 양주를 다 마신뒤 병을 앓거나 죽었다면 법률적으론 교사(敎唆) , 혹은 치사(致死)에 해당될 것이다. 굳이 법률적으로 따지지 않더라도 그 남자의 행동은 정의롭지 못하다.
만약 돈이 급하여 선금을 받고 사용하여 양주를 꼭 마셔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마이클 샌델은 '두사람이 아무리 자유롭게 동의했다 해도 터무니 없는 불공정한 계약에는 도덕적 의무는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마실 필요가 없다. 또한 '아무리 자발적인 동의라 해도 동등한 수준의 이익 교환을 보장하지는 않았으므로 그 계약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도 한다. 양주를 다마시고 멀쩡하다고 해도 상해(傷害)의 가능성을 금전과 바꾸는 계약은 정당하지 않다. 장기 매매와 같듯이 인간의 생명은 금전으로 바꿀 수 없으며 선택될 수도 없다. 심지어 그 당사자도 선택권은 없다. 인간의 출생에 선택권이 없듯이 죽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합의는 도덕적 의무의 필요조건이 아닐뿐만 아니라 상호이익이 분명해 보이면,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도덕적으로 호혜원칙을 주장할 수 있다."-마이클 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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