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희망입니다.
저자 : 김영봉
출판사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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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희망입니다. 무슨 내용일까? 책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 책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저자인 김영봉 목사가 5주간 연속설교한 내용을 엮은 책으로 이 시대를 향한 사회적 모성의 회복을 기술하고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와 곳곳에 언급된 깊이 있는 메시지들을 통해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을 덮으면서 꼭 원작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연속 설교에 앞서 전 교인들에게 이 소설을 읽게 한 후 설교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목사의 설교에 왠 소설인가 싶지만, 저자는 문학 또는 예술과 성경의 접목을 통해서 종교인뿐만 아니라 비종교인들에게도 이 세상을 향한 믿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통해 말씀과 영화의 만남을 시도하고 <숨어계신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책을 읽음으로서 풍성한 예술의 향취와 함께 이 시대를 향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함께 경험하기를 바라고 있다.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게 된 이 책은, 정말 모성이라는 것이 이 세상을 살리며, 지금의 우리를 존재하게 하고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네 어머니의 표상인 박소녀라는 할머니를 통해 가족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결국은 실종이라는 상황으로 영원히 잃게 되는, 그래서 이후 가족들의 뼈아픈 회한과 후회, 그리고 깨달음, 용서에 관한 고백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우리의 엄마들에게도 10대, 20대의 청춘과 기쁨, 그리고 꿈과 희망이 있었음을,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엄마라는 하나의 역할로만 인식하여 왔음을, 그들은 우리에게 엄마였을 뿐이고, 영원히 그러해야 할 것처럼. 읽는 내내 정말 엄마 생각이 나서 몇 번이나 눈물을 훔치며 읽었다, 그리고 오늘은 집에 가서 저녁상도 차리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당장 해야겠다는 결심을 채우기도 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도 이 같은 모성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모성적 리더십을 통해 이 시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정과 사회가 붕괴되는 이 처참한 현실 속에 진정한 해답은 바로 이 모성, 모성적 사회, 모성적 리더십에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의 모습은 부성지수가 강하다고 한다. 관리, 감독, 처벌, 통제, 정리, 효율, 질서 등의 기준들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바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부성의 강한 우리 사회에서 모성적인 지도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보수든 진보든 관리보다는 돌봄, 감독보다는 살핌, 처벌보다는 격려, 통제보다는 관용, 정리보다는 조화, 효율보다는 개성, 질서보다는 자율을 미덕으로 삼는 가치관의 전환이 간절히 필요한 것이다. 물론 부성적인 요소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기강과 질서와 원칙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나, 부성 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서로 믿고, 의지하고, 섬기고, 돌보는 사회 분위기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 성경말씀 중에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마 19:19)”는 바로 이 사회적 모성을 바라고 하신 말씀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통해 엄마에게서 느꼈던 따듯한 품과 은화한 미소, 조용한 희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서로를 너무 불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환대에 그 속내를 내심 궁금해 하며, 진심을 진심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성적 판단과 논리타당한 근거로 사람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그리고 상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쟁과 대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내면의 그릇이 메말라지고 비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나에게 잃어버린 사랑, 잊고 지냈던 사랑, 무시하고 살았던 사랑, 언제까지나 있겠거니 하며 당연시했던 ‘그’ 사랑을 다시 찾아 나서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듯 하다. 잃었다면 찾고, 잊었다면 기억해내고, 무시했다면 알아주고, 무심했다면 감사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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