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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형 인간
저자 : 전옥표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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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하고 유쾌한 책을 읽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참 재미있게 읽게 된 책이다. 가려운 곳을 시원스레 긁어주면서도 작가 특유의 위트 있는 화법에 청량음료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의 틀들을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삶의 여러 모양 속에서 분명히 구체화할 것들조차 뭉뚱그려 그렇게 묻어가려 했던 나의 안일한 생각과 태도들에 대한 일종의 반성과도 같았다. 동사형 인간. 명사형 인간의 반대로 일컬어진 이 명쾌하고도 분명한 단어는 어떠한 카테고리 속에서도 불변의 진리처럼 그렇게 생각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섬세한 감성과 냉철한 이성, 불도저 같은 놀라운 실행력에 박수를 보냈다. 특별히 퍼즐의 비어있는 곳곳이 매워지는 것처럼 중요한 부분이지만,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해 주었다. 특히 구체화된 동사형 미션을 정하는 방법들에 대해선 정말 내가 세상을 헛으로 살아왔구나 싶다라는 생각조차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 것이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정말 기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장점은 내용이 상당히 구체화 되어있다는 점이다. 관념화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닌, 실현가능하고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모든 일의 출발이며, 매우 중요한 일인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연초 또는 방학의 첫날, 무수한 계획들의 나열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 소훌해 작심삼일의 고질병에 빠져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난 하마터면, 이 책을 모두 읽기 전 또 이 같은 실수를 범할 뻔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의 계획이 일종의 구호나 슬로건처럼 화석화되는 것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계획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하여 세분화하고, 실행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계획을 세우자!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을 것이며, 그 누구도 그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플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플랭클린 플래너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단지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한 노트, 하나의 목록을 작성하기 위한 일종의 알림장 같은 기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일의 우선순위와 이를 정하는 방법, 그리고 연관된 여러 유기적인 상황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이 열리게 되었던 듯 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해치우는 업무가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지금의 일을 이해하고, 다음의 계획들을 또다시 연계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본 것 같다. 메모의 내용이 한껏 넘치게 되어 사용 목적의 이유가 애매해진 다음부터는 작은 플래너로 옮겨서 훨씬 집약적으로 간단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그 형태가 바뀌긴 했지만, 업무의 큰 틀을 보며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 되었던 듯 하다. 그리고 간단하게 그리고 부담 없이 세상을 대하는 방법들에 대한 조언도 마음에 와 닿았다. 저자는 이를 일상적으로 세상을 들여다 본다! 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알아야할 것, 학습해야 할 것에 대한 너무 거대한 희망을 앞서 세우기보다는 내가 속한 그룹,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나와 관계된 업무들에 대한 부담 없는 일종의 관찰과 그리고 관심으로 출발하라는 것이다. 특히 학습에 있어서 이러한 부담이 많았던 것 같다. 전공과목이든, 또는 제2외국어든 또는 시사상식이든. 한꺼번에 그리고 완벽하게 알고 완수해야 한다는 섣부른 과욕은 부담과 스트레스만 가중될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의 하나의 관심처럼 이 모든 것을 대한다면, 부담이 아닌 하나의 일상, 또 다른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명령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명령을 들 수밖에 없다.” 고 니체는 말했다고 한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나 스스로가 조정할 수 없다면 그 누가 조정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현장에서 몸소 깨달은 성취와 성공을 위한 삶의 그 구체적인 태도들 그리고 방법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성공과 성취가 단지 특별한 몇몇을 위한 예견된 선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충분히 획득할 수 있는 것임을 느끼게 되었다.
격물치지格物致知. 모든 사물의 이치는 끝까지 파고 들어가면 앎에 이른다.
사서의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일명 도가 틘다는 말이다. 자신의 맡은 일에 푹 빠져 연구하고 공부하며, 온몸으로 부딪히는 순간 그 물이라는 것이 틔게 된다는 것이다. ‘현장’지식과 ‘현장’이론에 대한 이 꾸준한 실행 데이터 베이스만이 이를 분명 가능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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