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년 07월 <삼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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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의 통일 전후 시대를 산 인물들과 사건을 엮어 흥미진진하게 쓴 총 10권짜리 역사 소설입니다. 지난 4월초에 구입하여 시간 날 때 마다 읽어 최근에야 완독하였습니다.
이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우리의 역사에 대해 많이 몰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백제와 고구려가 같은 계열을 부족이었고, 백제가 경기도 일부와 충청도 전라도 지역의 조그만 국가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지에 담로라는 형태로 영토를 가지고 서해와 남해를 아우르는 해양국가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삼국 통일 시기 직전까지 신라는 신라 출신과 가야 출신 인물간의 갈등이 심했고, 이런 갈등 속에서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내란에 휩싸이는 위태로운 시기가 있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을지문덕과 연개소문이 단순한 장수가 아니라 엄청난 전략가였다는 것, 중국을 구성하는 한족(漢族)과 다른 종족으로서 국경을 접하고 중국과 계속 자웅을 겨루었던 고구려가 치열하게 싸웠던 수나라와 당나라와의 전쟁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삼국통일은 김유신과 김춘추라는 두 인물이 주역을 한 신라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고구려와 백제가 자중지란으로 약해 지면서 상대적으로 강해진 신라가 얻은 어부지리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연개소문 사후 연개소문의 자식들의 분란으로 고구려는 급격히 무너졌고, 백제 역사상 가장 강한 국력을 이룩한 아버지 무왕(서동요로 유명한 마동이지요)의 뒤를 이어 해동증자라고 불리면서 성군 정치를 하던 의자왕이 말년에 실정(失政)으로 민심을 잃고 국력이 급격히 쇠락했던 것이 상대적으로 신라가 우위를 점하고 통일을 이룬 것으로 봅니다.
작게 보면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의 얘기지만, 같은 부족 출신이라는 인식이 강한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고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던 신라가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하고 당나라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나당 연합을 이루고 더 나아가 백제의 담로국의 하나인 왜와의 연계를 보면, 고구려-백제-왜로 이루어지는 남북연합과 신라-당나라간의 동서 연합으로 구성된 5개국의 이해가 상충한 다이나믹한 공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라면 정족지세(鼎足之勢)와 협상일 것입니다.
세 개의 Power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행동하여야 하는가가 이책의 처음부터 끝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결국 어느 업계라도 Big3가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이들의 경쟁이 시장을 주도한다고 봅니다. 그 Big3 각각의 경쟁력을 비슷하여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게 되지요. 최근에 들어 이런 상황이 더 진행되어 1위와 2, 3위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즉, 과거에는 Big3가 존재했는데 이제는 Biggest 1만 보인다는 것이지요.
즉, 포털사이트업계의 예를 들면, 과거 1위였던 다음(Daum)이 NHN의 Naver에 역전되어 2위로 내려 앉았는데, 단순히 2위가 아니라 그 차이가 최근에는 시가 총액으로 8배가 난다고 합니다. 그 뒤를 잇는 다른 포털사이트들의 가치는 미미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마치 삼국 중 국력으로 3위였던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뒤 엎고 1위로 올라 선 것과 같은 것이지요.
프리프레스 업계도 이런 정족지세의 범주에 있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포털사이트 업계의 경우처럼 No.1만이 의미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때는 우리에게 유리할 때도 있을 것이고 불리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경쟁자이지만 협력을 해야 할 때도 있고, 협력 관계 속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주도적일 수도 있고, 종속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BATNA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로 기억 남는 단어인 협상이 그 의미를 가집니다. 김춘추의 외교협상력은 삼국통일의 큰 기반을 이룹니다. 김유신이 군사력의 공이 컸다면 당나라가 백제나 고구려와 손을 잡지 않고 신라와 손을 잡게 만든 외교력과 협상력은 김춘추의 몫이었습니다.
결국 경쟁력과 협상력은 정족지세에서 1위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 입니다. 경쟁력만 있어서는 더 큰 경쟁력을 가진 자가 나타났을 때 힘을 쓸 수 없으며, 협상력만 가지고서는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 오기 힘들죠.
긴 장마철 외부 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집에서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삼한지를 읽으면서 얻게 된 수확이 있다면, 가야에 대한 관심입니다. 마침 최인호 선생님이 쓴 가야 관련 소설 ‘제4의 제국’이 있어서 구입을 했는데 한 달째 3편 중 1편 밖에 못 읽었습니다. 이 외에 중국의 한족과 구분되는 우리 민족의 기원과 활약에 대한 김운회 작가의 ‘대쥬신을 찾아서’라는 책도 나름대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 참 즐거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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