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년 05월 < 안씨 가훈(顔氏 家訓)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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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 가훈(顔氏 家訓)을 읽고
안지추 저 김상래 대표이사
가끔 우리집 가훈은? 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당하고 빠른 시간 안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식들에게 이것 하나 만큼은 가르쳐 주고 싶은데 하는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는가? 이 험한 세상에 나와 아들 딸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고 또한 내가 실패한 내용을 자식들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자기 맘대로 안 되는 자식문제를 빗대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있지만, 걱정거리 중의 최고는 자식 걱정일 것이고 안씨가훈의 저자인 안지추도 그 부모 중의 한 사람 이었다.
북제 안지추는 남북조의 혼란기, 수 나라의 통일 전란기를 몸으로 겪으며 살았던 학자로, 9세에 양친을 잃어 엄격한 가정의 교육을 받지 못하였던 것을 항상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밤에서야 낮의 잘못을 깨닫고 오늘에야 어제의 과실을 후회하기를 반복 하면서, 자식들이 생활의 지침으로 사용하도록 모두 20편에 256가지의 훈계를 적어 놓았다. 중국 교양인들이 자녀 교육의 교본으로 안씨가훈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자식 교육과 형제의 우애, 집안 다스림,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풍모와 절조, 학문에 힘써야 하는 이유, 실질에 힘쓰고 일상에 충실할 것, 욕심은 줄여야 하며 양생은 이치에 맞도록 하여 자신의 건강을 다질 것, 불교에 대한 자신의 견해, 학문을 하는 방법과 고증, 잡기와 예술까지 피부에 닿도록 자상하다. 특히 마지막 편에서 자신의 죽고 나서의 장례와 분묘에 대하여 내 죽거든 칠성판 정도면 된다는 부탁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가슴 저미게 나가온다.
중요한 대목을 간추려 본다면, 제이장 교자(敎子)에서 자식의 후환은 부모가 만든다, 시류에 얽매이지 말고 큰 덕을 가르쳐라 하고, 제오장 치가(治家)에서는 자녀 교육은 관대함과 엄격함을 함께하라 하며 제육장 풍조(風操)에서는 떳떳한 풍모와 절조를 가르치는 것으로 삼밭에서는 쑥도 나면 저절로 곧게 자란다, 사람을 사귈 때는 예를 갖추어라 하며, 제팔장 면학(勉學)에서는, 남에게 묻기를 좋아하면 부자가 된다 라고 가르치고 제십이장 성사(省事)는 일은 살펴서 줄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득이 있는 곳에 위험도 있다라고 경계하며 마지막 이십장 종제(終制)에서는 나 죽은 다음에는 이렇게 해다오 하면서 내 죽거든 칠성판 정도면 됐다라고 하고 친척이나 친구가 찾아와 술을 땅에 뿌리는 의식을 행하고자 하면 한결같이 거절하라라고 하였다.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훈. 가훈은 단지 액자 속에 갇힌 죽은 언어가 아니라 면면히 살아 있는 것이어야 하며 따라 부모의 행동 만큼 훌륭한 가훈은 없다고 한다. 부자가 삼대를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12대 400여년에 걸쳐 만석의 부를 누린 경주 최부잣 집의 家則 또한 많은 가르침을 준다. 재산을 만석이상으로 모으지 말며,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지 않음으로서 상생의근본을 터득케 하고 말며, 시집온 며느리에게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히며 근검절약을 가르치지만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며 이웃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積善之家의 표본을 세웠다 한다.
9.11 당시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뉴욕은 내일도 이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라고 하며. 공황 상태에 빠진 뉴욕에서 리더십의 진가를 발휘하였는데, 그의 리더십의 원천은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라고 자서전에서 고백하고 있다. 무명의 복서 이었던 이탈리아 이민자인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복서들의 스파링 파트너로서 매 맛아 주는 것이 직업인 하류 계층이었지만 자신의 삶에서 터득한 절절한 교훈을 아들 줄리아니에게 물려주었다 “얻어 맞을수록 침착하라”
가장 진솔하고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은 우리 아버지들의 사소한 듯 보이지만 진솔했던 가르침 그 자체가 아닌가 한다 그분의 직업이 무엇이었든지, 그분이 성공 했는지 아니면 실패한 것으로 보였던지 관계 없이 가장 진정한 리더십의 원천은 바로 거기에 잇닿아 있는 것 같다. 5월 가정의 달에 더욱 부모의 역할과 가정에 대한 책임 그리고 긍정의 힘으로 매일매일을 최고로 삶으로서 자식에게 모범이 되어 주며 돈, 명예, 지위가 아닌 진정으로 잘 사는 방법 그 자체를 유산으로 물려 준다면 이웃을 사랑하며 꽃봉오리 같은 아름다운 인생이 되지 않겠는가?
경영의 근본은 가정이라고 한다 인류는 가정이란 연결고리로 이어져온 거대한 생명체이며 가정 경영은 기업과 국가 경영의 근본이며 이러한 점에서 가정 경영의 핵심을 제시하는 안씨 가훈은 5월 가정의 달에 나에게 준 커다란 가르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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