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년 07월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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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저 김성윤 과장
얼마 전 책장을 정리 하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내용이지만 여전히 감탄과 웃음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번 기회를 통해 우리미술의 뛰어난 구성과 상징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은 생전에 저자가 우리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대중들과 함께 누리고자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으로 우리 옛 그림에 담겨 있는 역사, 문화, 철학은 물론 그린 사람의 마음, 정신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초판이 2003년도에 발간되었고 ‘TV 책을 말한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리뷰가 되었던 것으로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날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지은이가 보여주는 수준 높은 안목과 식견 그리고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모습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이 책에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옛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하였다. 그렇다. 우리의 옛 그림은 보는 것을 넘어서 읽어야 한다. 책을 펼치면 우선 저자가 생각하는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이 나온다.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사람의 마음으로 느낄 것." 거창하고 엄숙한 이야기일까 긴장했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 그림을 볼 때는 세로쓰기를 사용했던 옛사람의 눈에 맞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림을 보라는 것. 서양화를 감상할 때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이면 그림의 중심 구도와 X자 꼴로 부딪혀 버린다. 몇 폭 병풍이라면 이야기를 마지막부터 거슬러 읽어 나가는 셈이 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옛 그림에 담긴 우주관과 인생관을 살펴본다. 탑의 층 수, 사대문의 이름을 음양오행으로 설명하고, 이를 핸드폰 자판의 천지인 시스템과 연결하며 여기서 다시 한글의 제자원리를 설명한다. 본격적인 그림 이야기로 들어가면 '세계 최고의 호랑이 그림' <송하맹호도>를 예로 들어 한국 사람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말하고, <백자 달항아리> 속에 담긴 성리학의 가르침을 전한다. 일본식 표구 때문에 본래 기백의 반도 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안타까와 하고, 일본식 미감을 우리것이라 이해하는 것을 꾸짖기도 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그림을 통해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고대사는 아무리 자랑스러워도 덜 가르치고, 근대사는 아무리 본받을 것이 적어도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기계적인 생각 때문에 폄하되는 조선이지만, 저자가 옛 그림을 공부하면서 다시 곰곰히 따져본 조선은 519년간 계속된, 검소하고 도덕적이면서도 문화적인 삶을 영위한 나라였다. <이채 초상>을 비롯한 극사실 초상은 조선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터럭 한오라기가 달라도 남이다'라는 마음을 바탕에 깐 이 초상들은 예쁜 모습보다 진실한 모습, 참된 모습을 중시했던 조선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 말했듯이 이 책은 강연 형식으로 되었기에, 그 어느 미술 감상서보다 편하게 다가온다. '청중 웃음' '청중 큰박수' 등 양념처럼 끼어 있는 말이 글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고 흥겹게 한다. 저자가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부터 계속 인용해온 공자님의 글 하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우리 것을 알고 싶고, 좋아하고 싶고, 언젠가 즐기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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