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사에 미치다
저자 : 이상국
출판사 :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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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대단한 추사 뿐 아니라 다른 모습의 추사,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추사를 만나길 원한다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옛 미술에 대한 진정한 매력을 조금씩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옛 미술의 즐거움을 알고자 한다면, 진정 추사로부터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추사에 대한 벽癖을 치료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까지 표현할 정도다. 이 천재적인 서예가이자 예술가에 대한 수많은 연구도서와 저술서들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그야말로 그와 즐겁게 노는 노하우를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옛 사람을 높인 나머지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영정속의 인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인간사 속에서 함께 노니는 인간 추사로서의 접근이 참으로 재미있다. 위인으로 세우는 맹목적인 지지로서의 추사에 대한 추앙은 영원히 그의 세계를 멀리 보내는 것 뿐일게다. 저자는 알고 느끼고 다가선 그곳에서부터 추사와 만나고 놀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몰입의 경지에 올라서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추사는 칠십 평생 벼루 열 개를 구멍을 내고 천 개의 붓을 몽당하게 닳게 했다고 한다. 정말 경이롭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부분이다. 도대체 벼루 열개의 바닥이 뚫어지게 할 정도라면 몇 개의 먹을 갈아야 하는 것일까? 바로 이 열개의 구멍 난 벼루와 천개의 붓으로 이뤄진 공력이 추사가 칠십년 동안 이룬 서체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아침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추사의 글씨를 보고 또 들여다본다. 노련한 필치와 단단한 필력의 느낌과 군더더기가 없는 비례와 조화의 그 생김새만으로는 절대 추사를 한정지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추사는 그 스스로 자신의 글씨에 대해 (기)괴怪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시대성과 결부될 수 없는 새롭고 놀라운 또 다른 글씨의 세계임을 알게 한다. 이는 창조와 새로움의 조류로 나아가는 혁신의 발걸음일 뿐 아니라 자신의 글씨를 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의 본질은 진정 괴가 아니었다는 것-파격과 실험의 또 다른 이면의 진정한 의미-을 의미한다. 고졸하고 매끈한 것들, 어찌 보면 시대에 팽배하고 있던 관습과 전통에 대한 권태가 작동하는 시기에 찾아낸 파격의 미학 그 자체였을 것이다. 추사는 예술에 있어서 진정한 혁명가가 아니었다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실험성과 그 시도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가 진정 이루어낸 미학의 세계는 딴지와 잔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통성에 대한 진정한 몰입과 꾸준한 연마 이후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요즘 들어 부쩍 예술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전시회나 강연회들의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 시대의 목마름이 어디에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전시는 미술에 있어서의 진정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혁명의 또 다른 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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