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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잉여라는 말은 쓰고 난 나머지를 뜻한다. 박수아
2008/01/29 65740

잉여인간
저자 : 손창섭
출판사 : 민음사
완벽한 인간은 어디까지 완벽해야 할까?
이 소설은 전후 상황에서 존재할 수 있는 세 가지 인간형을 제시하고, 그를 통해서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손창섭의 여타의 작품들이 비정상적이고 불구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의 부조리함을 파헤쳤다면, 이 작품에서는 서만기라는 인물의 어두운 면 위에 밝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서 더욱 긍정적이다. 이렇게 전후의 암담하고 어두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에 비해 한 보 앞서나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 손창섭의 ‘잉여인간’을 읽었을 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인간실격’은 순수하게 살고자 하는 젋은이가 결국에는 파멸하게 되는 잔혹한 인간사를 다룬 소설이다. ‘잉여인간’에서도 주요 세가지 유형의 인물들이 잉여적이고 쓸모 없는 존재로 파멸하고 마는 이야기 같았다. 만기와 봉우, 익준은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만기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으로 봉우와 익준뿐만 아니라 자신 주변의 상황을 감싼다. 봉우는 그의 처와는 아주 대립적인 인물로 무능력하고 매우 순수한 인물이다. 또 익준은 정의감에 불타면서도 성실하지만, 그의 강경한 소위 ‘비분강개파’적인 면 때문에 성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잉여인간’는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까? 잉여라는 말은 쓰고 난 나머지를 뜻한다. 이 소설에서 잉여인간이라는 말은 그대로 해석 하면 쓰고 난 나머지 인간이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잉여라는 것이 더 이상 쓸모도 없이 아무런 가치도 지니고 있다라는 쓰레기와 같은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봉우와 익준의 순수함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단지 그것은 아직 유용한 것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만기는 모든 것을 감싸는 아주 완벽한 인간이지만, 이상적으로만 완벽할 뿐이다. 현실적인 의미에서 그는 실패했다고도 할 수 있다. 만기 개인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는 이상과 현실이 존재하고 선택하는 데에는 책임과 의무가 수반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이란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곧, 근심도 없어야 한다.) 차라리 만기가 중용적인 인간이었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봉우와 익준처럼 한가지 가치만을 지나치게 고집한 탓이다. 이상에의 완벽이라 할 수 있을까? 그도 병원이 없으면 그 때까지 해왔던 역할이 무너지면서 결국엔 잉여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한편, ‘잉여인간’이라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인물들의 ‘잉여’적인 존재를 서술하고 있지만,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데에 삶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만기의 지성적인 태도, 봉우의 비분강개적인 태도, 익준의 순수함을 존경한다. 그들처럼 자신의 가치대로 살수만 있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살기 위해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맥없이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 실격자’가 되는 일이다. 우리는 ‘잉여인간’은 되더라도 ‘인간실격’은 되지 말아야 한다.
인간 경영의 영원한 고전 사람들이 나를 찾게 하라!!!!!!!!!!!!!
무지개원리